불과 세 달 전 커리어 2년차 회고록을 포스팅하였다.
그 이후로 이 짧은 시간 동안 회고할 게 있을까 싶었지만 스스로 워낙 역동적인 시간을 보냈고 삶도 꽤 달라진 것 같아 회고를 해보고자 한다.
🪫 개인적인 이슈로 인한 무기력증
7월 말 쯤. 마음에 무리가 가는 이벤트가 발생했다.
워낙 개인적인 일이라 이 블로그에 적는 건 TMI 인 듯 하고, 개발자로 일하면서 개인적인 이슈로 컨디션이 저하되는 경우는 분명이 있을 거기에 개인적인 이슈 정도로만 언급하겠다. 그냥 동종업계에 이 사람은 힘들 때 이런 식으로 커리어를 유지해왔구나 정도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🙂.
이후 2~3개월 간 몸이 절전모드에 들어간 느낌이었다. 잠이 많아지고, 평소에 즐겨하던 취미생활을 찾지 않게되었으며 운동 등의 자기관리도 놔버렸다. 일하면서 잔뜩 적어놓은 블로그 글감은 실제 글로 옮길 에너지도 없어 블로그를 방치시키기도 했다. (아이폰이 120Hz 주사율을 잘 뽑아내다가 저전력모드로 들어가면서 주사율도 낮아지고 AOD도 동작하지 않는 느낌이랄까…?) 그리고 원래도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더욱 더 술을 찾게 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알코올중독 수준으로 자주 마시고 있다.
이 문제는 당연하게도 업무 공간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는데, 체력 저하가 발생하며 평소의 내 생산력을 절반정도 밖에 내지 못하는 수준이었다. 다행히도 내가 뽑아내야하는 아웃풋이 이 시기에 그렇게 빡빡하지 않아서 큰 무리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. 이번에는 시기 상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, 이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내 커리어에 영향이 가는 순간이 많을 텐데 그 때마다 나는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지고 대응해야할지가 숙제로 남았다.
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야근도 불사하며 오히려 업무에 더 집중하면서 마음을 잡는 분들이 있는데, 나는 잡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그런가 오히려 일이 생각에 잡아 먹히는 경우가 많았다. 대학 시절 나의 학업 성취마인드는 “놀 때 걱정없이 놀고 그 죄책감으로 공부를 하자!” 라는 마인드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“어떻게든 더 괜찮아지려 하지말고 그냥 맘놓고 후회없이 아파하고 망가지고 그걸 토대로 마음을 잡자” 라는 생각으로 당분간 그냥 망가져 살기로 했다ㅎ.
🧳 그 와중에 이직활동을 했습니다
그 와중에도 할 건 또 했다. 돌아보면 꽤 칭찬할만한 태도와 에너지였던 것 같다.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음을 다잡고 현 회사에서 더 있으면서 성장하고자 한다.
올 초 부터 금전적인 문제나 2년차가 된다는 어렴풋한 명분으로 이직을 생각하고는 했다.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아니기에 정말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거나 스펙업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기업들 위주로 지원을 했다.
정말 운이 좋게 2년차 남짓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다섯 군데 정도 너무 좋고 거대한 회사들의 코테와 면접을 볼 수 있었다. 워낙 큰 회사들이여서 그랬을까? 하나같이 똑같이 들었던 생각은 ‘아 내가 참 많이 부족하구나’였다. (한 기업은 정말 벽을 느낄 정도로 빡빡한 기술면접이었다🥲.)
더 자세히 말하자면 성장과 발전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어 놓치고 있던 기본과 내가 사용하는 기술과 언어들의 Core적인 지식 그리고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려는 태도 등이 많이 부족했다. 그냥 어렴풋이 당연히 알고있던 것들을 질문에 입 밖으로 대답하기에는 목에서 덜컥 걸리기 일쑤였고 아무래도 확신이 없다모니 답변에 자신이 없기도 했다. 아마 면접자로서는 엄청난 결격사유가 아니었을까…?
이에 대한 반성으로 현재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익히려 하는 비율보다는 기존의 것을 더 단단히 하려는 공부를 많이 하려 한다. 특히 면접에서 과제에서 직접 작성한 내 코드와 연결지어 메모리 영역 및 프로세스 개선에 질문을 받았는데, 대략적으로만 생각하던 부분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. 그 부분에서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반대로 내가 무엇을 더 단련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었다.
📆 4분기 그리고 앞으로의 내 모습
3분기 마지막과 딱 겹치는 추석연휴를 전환점으로 삼는다는 궁색좋은 명분으로 하여금 더 나은 4분기를 나 스스로에게 약속했다.
아직 멘탈적으로 완전하게 괜찮아지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고있다. 날도 추워지고 일조량도 줄어들면서 더 센티해지곤 하지만 이미 많이 힘들어했으니 이제는 더 나아질 때인 것 같다🙂
커리어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유데미에서 강의도 결제하여 연휴동안 열심히 보았고 요즘도 간간히 보고있다.
원래는 eBook으로 보고싶던 책들을 결제하여 보려했으나 아무래도 출근길에는 지옥철이라 패드를 꺼내기 힘들고 퇴근길에는 업무에 지쳐 좀 편하게 오고싶은 생각이다보니 이동하면서 보기는 힘들겠더라🥲. 일단 지금은 강의에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바탕을 더 다진 다음에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자 할 때 다시 책 쪽을 보지않을까 싶다.
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 자체를 해결하면 너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 내가 무엇을 해야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몸으로 부딪히고 뒹굴어가며 고민할 수 있었던, 개발자로서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더 많았던 3분기였다.(그래도 너무 힘들었다...)
이 고생을 핑계 삼아 이미 나한테 스스로 너무 많은 선물을 해주고 있긴하지만 연말이나 연초에 여행을 가든가 해야지...🛫